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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가근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3-03-12   조회수 : 8086

300. 가근

 

‘가근다’는 ‘서로 가까이 지내어 친하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한자어 ‘가근(可近)’과 접미사 ‘-다’가 연결되어 이루어진 말이다. 국어사전에는 ‘불가근하다(不可近--)’가 표제어로 올라 있고, ‘가까이하기 어렵다’, ‘가까이할 것이 못 되다.’라는 뜻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의어(反意語)가 되는 ‘가근하다’는 표제어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불가근하다’를 표제어로 내세운 것은 필시 한자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음)’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불가근하다’의 쓰임보다는 ‘가근하다’가 더 자주 사용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근하다’도 표제어로 올려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방언형 ‘가근다’의 대응 표준어로 ‘가근하다’를 제시한다.

 

①우리 둘리마씸? 우리 둘린 동네난 막 가근허게 지내마씨.(우리 둘이요? 우리 둘이는 한동네니까 아주 가근하게 지내지요.)

②가근허게 지내단 보난 성제나 마찬가집주, 뭐.(가근하게 지내다가 보니 형제나 마찬가지지요, 뭐.)

③집 일 땐 가근허나 가근허지 아녀나 동네 사름덜은 다 왕 도와줘.(집 일 때는 가근하나 가근하지 않으나 동네 사람들은 다 와서 도와줘.)

④가근허게 지내당 보믄 강 속펜말도 허게 됩주게.(가근하게 지내다 보면 가서 속말도 하게 되지요.)

 

예문 ①은 두 사람의 관계를 물어보는 말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 둘이요? 우리 둘이는 한동네니까 아주 가근하게 지내지요.’ 하는 뜻이다. 두 사람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둘리’는 표준어 ‘둘이(두 사람)’에 해당하며, 동네는 ‘한동네’, ‘막’은 ‘아주’에 대응한다. ‘마씀’은 서술어 뒤에 연결되어서 존대를 표시하는 보조사로, ‘마씀, 마씸’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예문 ② 또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가근하게 지내다가 보니 형제나 마찬가지지요, 뭐’ 하는 뜻이다. 자주 만나고, 만나서 다정하게 지내다 보니 형제 이상으로 친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성제’는 표준어 ‘형제’에 해당하는데, ‘형제’의 ‘ㅎ’이 ‘ㅅ’으로 바뀌어서 쓰인 경우다. 이른바 구개음화하여 사용된 것이다. 표준어 ‘내밀힘’이 ‘내밀씸’으로, ‘향교(鄕校)’가 ‘상교’ 됨과 같은 현상이다.

예문 ③은 초가지붕을 새로운 띠로 교체할 때 들을 수 있는 말로, ‘집 일 때는 가근하나 가근하지 않으나 동네 사람들은 다 와서 도와줘.’ 하는 뜻이다. 집 일 때는 대체로 농한기기에 속하기 때문에 어느 집에서 집을 인다고 하면 한동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모아들어 참여하게 된다. 집 일 때면 최소 네 사람은 필요하고, 특히 같은 날 ‘집줄’ 놓으면서 집을 인다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여기서 ‘일다’는 표준어 ‘이다(지붕을 덮다)’에 해당한다. 다만 ‘이다’는 ‘기와’나 ‘이엉’으로 지붕을 덮는다고 한다면 ‘일다’는 오로지 ‘새(띠)’로만 덮는다는 차이가 있다. ‘아녀다’는 표준어 ‘않다’에 대응한다.

예문 ④는 ‘가근하다’의 장점 하나를 이야기한 것으로, ‘가근하게 지내다 보면 가서 속말도 하게 되지요.’ 하는 뜻이다. 가근하게 지내다 보면 찾아가서 흉금(胸襟-마음속 깊이 품은 생각)을 터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속펜말’은 ‘마음속에 깊이 담아 둔 말’로, 표준어 ‘속말’에 해당한다. ‘됩주게’의 ‘게’는 ‘확인, 강조’의 뜻을 지닌 보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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