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시믓

‘시믓’은 ‘마음을 먹거나 쓰는 본새’를 뜻하는 어휘로, 표준어 ‘심보’에 대응한다. 대개는 ‘좋다’, ‘궂다’, ‘나쁘다’ 등 감정을 나타내는 말과 어울리어 쓰인다.

①자는 거 보난 시믓 좋크라.(잠자는 거 보니 심보 좋겠어.)

②시믓 좋은 아인 혼차 내불어도 울지 아녀.(심보 좋은 아이는 혼자 내버려도 울지 않아.)

③거 시믓 궂인 사름 만나믄 고셍은 고셍대로 허곡 돈을 돈대로 덜 받곡 허여.(거 심보 궂은 사람 만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덜 받고 해.)

④시믓 궂인 도새기덜이 잇어. 담클어근에 나와난 도새긴 암만 성담찌 담다와도 담클엉 나와.(심보 궂은 돼지들이 있어. 담 허물어서 나왔던 돼지는 아무리 성처럼 담쌓아도 담 허물어서 나와.)

예문 ①은 아기가 잠자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로, ‘잠자는 거 보니 심보 좋겠어.’ 하는 뜻이다. 아주 편한 자세로,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잠을 자고 있다는 말과 같다. 만일 그 반대의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다면, “시믓이 보통은 넘으크라.”라 말하기도 한다. ‘심보가 보통은 넘겠어.’ 하는 뜻이다.

예문 ②도 어린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심보 좋은 아이는 혼자 내버려도 울지 않아.’ 하는 말이다. 마음이 풀어지니 울고불고 할 겨를이 없다. ‘실게헐’ 틈이 없다는 것이다. ‘실게허다’는 ‘어린아이가 무엇을 달라고 꾀를 부리며 졸라대다.’는 뜻을 지닌 어휘다. 여기서 ‘혼차’는 표준어 ‘혼자’에 대응하는 어휘로, 달리 ‘혼체, 혼제’ 또는 표준어와 같은 ‘혼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문 ③은 어른의 심보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거 심보 궂은 사람 만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덜 받고 해.’ 하는 뜻이다. 심술을 곧잘 부리는 사람을 만나 고생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시믓 궂인’보다는 ‘심토멕이 궂인’, ‘심으젱이 궂인’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심토멕이’나 ‘심으젱이’는 ‘심보’를 낮추어 이르는 어휘이기 때문이다.

예문 ④는 정말 성질 고약한 돼지에 관한 이야기로 이제는 듣기 어려운 말이다. 곧 ‘심보 궂은 돼지들이 있어. 담 허물어서 나왔던 돼지는 아무리 성처럼 담쌓아도 담 허물어서 나와.’ 하는 뜻이다. ‘돗통(돼지우리)’에서 ‘퀴어난’ 돼지는 담을 아무리 높게 하더라도 어찌어찌 돼지우리를 뛰어넘고, 심지어 가시나무를 걷어다 ‘가시담’을 해도 주둥이로 담을 허물어 결국은 뛰쳐나온다. ‘퀴어나다’는 ‘돼지 따위가 우리를 뛰어넘어 달아나다.’는 뜻을 지닌 어휘이며, ‘가시담’은 ‘사람이나 동물이 건너다니거나 뛰어넘어 달아나지 못하게 가시나무를 얹은 담’을 말한다. 예문 ④도 예문 ③과 마찬가지로 ‘궂다’와 연결되었기 때문에 ‘시믓’ 대신에 ‘심토멕이’나 ‘심으젱이’를 써서 “심으젱이(심토멕이) 궂인 도새기덜이 잇어. 담클어근에 나와난 도새긴 암만 성담찌 담다와도 담클엉 나와.” 해도 된다. 여기서 ‘담답다’는 표준어 ‘담쌓다’에 대응하는 어휘로, ‘담닿다’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담클다’는 ‘쌓아 올린 담이 허물이지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달리 ‘담널어지다, 담머으러지다, 담무너지다, 담물러지다, 담커지다, 머으러지다, 멀어지다, 아지다’ 등 지역에 따라 다른 형태로 쓰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