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상다

‘상다’는 ‘헤아림이 꼼꼼하고도 자세하다’, ‘세심하게 정이 깊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자상하다’에 대응한다.

①아방이 음이 큰큰헤노난 당추 상게 안허는 따문에 자꾸 구정 안헤여.(남편이 마음이 크나크니 당초 자상하게 아니하는 때문에 자꾸 말하고 싶지 않아.)

②우리 집의 아방은 꼼 상연 헐 때가 하마씸.(우리 집 남편은 조금 자상해서 갑갑할 때가 많아요.)

③소왈, 거 상 어른이나 멘들아 주주 아무나 멘들진 아녀.(겅그레. 그거 자상한 어른이나 만들어 주지 아무나 만들지는 않아.)

예문 ①은 남편 흉보는 말로, ‘남편이 마음이 크나크니 당초 자상하게 아니하는 때문에 자꾸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뜻이다. 복장이 너무 커서 남편과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방’은 아버지의 뜻이나 남편을 이르는 말로 쓰인 경우다. 이 말은 늙으신네들이 즐겨 쓰는 말로, ‘아방’ 대신에 ‘하르방’을 쓰기도 한다. “우리 하르방 집의 부뜨질 아녀.(우리 남편 집에 붙지를 않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큰큰허다’는 ‘크나크다’ 또는 ‘커다랗다’에 대응하는 제주어이고, ‘구정’은 ‘말하고 싶지’의 뜻이다. ‘다[曰]’는 ‘말하다’, ‘-구정’은 ‘-고 싶지’에 대응한다.

예문 ②도 예문 ①과 같이 남편을 흉보는 말이다. 예문 ①은 남편 복장이 큰 편이라고 하면, 예문 ②는 그 반대로 남편 복장이 작다는 것이다. 곧 ‘우리 집 남편은 조금 자상해서 갑갑할 때가 많아요.’ 하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아방’은 ‘남편’의 뜻으로 쓰인 경우다. ‘다’는 ‘갑갑하다’, ‘하다’는 ‘많다’에 대응하는 어휘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하다’와 ‘다’의 구별이다. ‘하다’는 형용사, ‘다’는 동사로 구별되기 때문에 그 의미 또한 차이가 난다. 곧 ‘하다’는 [多], ‘다’는 [爲]로 구분되는 것이다.

예문 ③은 남편을 자랑하는 말로, ‘겅그레. 그거 자상한 어른이나 만들어 주지 아무나 만들지는 않아.’ 하는 뜻이다. 지금 쓰고 있는 겅그레가 자상한 남편이 만들어 준 것이란 말이다. ‘겅그레’는 ‘솥에서 무엇을 찔 때, 그것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받침으로 놓는 물건’인데, 달리 ‘살, 도들, 떡징, 바드렝이, 시릿징, 징’이라 한다.

어떻게 보면 남편이란 말을 걸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너무 ‘상헤서’ 갑갑할 때도 있다는 것이니 이래저래 남편은 불편한 존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