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부떠가다

‘부떠가다’는 ‘물건 따위가 한도 이상으로 더 붙어서 가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이에 대응하는 표준어는 없다. ‘부떠가다’의 반의어(反意語)는 ‘부떠오다’이다. ‘부떠가다’, ‘부떠오다’ 대신에 ‘부터가다’, ‘부터오다’가 쓰이기도 한다.

①포따리 헤쌍 봅데강? 멧 갠 더 부떠가실 거우다.(보따리 헤쳐 보셨습니까? 몇 개는 더 붙어서 갔을 겁니다.)

②나라도 더 부떠와시믄 돌립주 무사 안 돌릴 말이우꽈?(하나라도 더 붙어 왔으면 돌려주지요 왜 안 돌려줄 말입니까?)

③말 가는 듼 더 부터간다.(말 가는 데는 더 붙어서 간다.)

④하영 테우당 보믄 떨어지기도 허고 부터가기도 헙주.(많이 태우다 보면 빠뜨리기도 하고 붙어 가기도 하지요.)

예문 ①은 ‘포따리’ 전달을 부탁하고 나중에 물건을 받은 사람한테 하는 말로, ‘보따리 헤쳐 보셨습니까? 몇 개는 더 붙어서 갔을 겁니다.’ 하는 뜻이다. 규정보다 몇 개는 더 많이 쌌다는 말이다. 여기서 ‘포따리’는 표준어 ‘보따리’에 해당하는 어휘로, 가끔 ‘보자기’와 혼동하기도 한다. ‘보자기’는 ‘물건을 싸는 작은 보’이고, ‘보따리’는 ‘보자기에 물건을 싸서 꾸린 것’을 뜻한다. 재료와 용도에 차이로, ‘보따리’와 ‘보자기’, ‘포대기’, ‘포대’, ‘부대’ 등은 구별이 필요하다.

표준어         제주어                   뜻                                                          

보따리         포따리                  보자기에 물건을 싸서 꾸린 뭉치

보자기         보제기, 포제기      물건을 싸는 작은 보

포대기         포데기                  어린아이를 업거나 덮는 작은 이불

포(包)          포                        종이나 가죽 따위로 일정하게 만든 자루

포대(包袋)    포데                     종이나 가죽 따위로 일정하게 만든 큰 자루

부대(負袋)    푸데                     종이나 가죽 따위로 일정하게 만든 큰 자루

자루            잘리, 차디, 찰리     물건을 담을 수 있게 기다랗게 만든 주머니

‘포’와 ‘포대’, ‘부대’는 ‘종이나 가죽 따위로 일정하게 만든 큰 자루’라는 뜻을 지니며, ‘포대기’는 ‘어린아이를 업거나 덮는 작은 이불’이다. 한편 ‘자루’는 ‘속에 물건을 담을 수 있게 기다랗게 만든 주머니를 말한다. 따라서 표준어에 대응하는 제주어 또한 다르다.

예문 ②는 ‘더 붙어서 간 게 없느냐? 더 붙어 같으면 돌려 달라.’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하나라도 더 붙어 왔으면 돌려주지요 왜 안 돌려줄 말입니까?’ 하는 말이다. 여기서 ‘돌리다’는 표준어 ‘돌려주다’에 대응한다.

예문 ③은 ‘떡 간 듸 떡 떼어먹곡 말 간 듸 말 부튼다.’라는 속담이 연상되는 말이다. 곧 ‘떡 간 데 떡 떼어먹고 말 간 데 말 붙는다.’ 하는 것처럼, ‘말 가는 데는 (말) 더 붙어서 간다.’는 것이다. 말할 때는 덧붙여 말하지 말라는 경계의 말이다.

예문 ④는 반기할 때 제대로 하라는 핀잔에 대꾸하는 말로, ‘많이 태우다 보면 빠뜨리기도 하고 붙어 가기도 하지요.’ 하는 뜻이다. ‘반누다(반기하다)’ 보면 일정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떨어지다’는 표준어 ‘빠뜨리다’에 대응한다.

한편 ‘부떠가다’는 표준어 ‘따라가다’에 대응하는 어휘로 쓰이기도 한다. 아래 예문이 그런 경우이다.

-성님광 부떠가믄 무신 국물이라도 셔마씸?(형님과 함께 따라가면 무슨 국물이라도 있습니까?)

이때 ‘부떠가다’는 ‘부터가다’로 써도 되는데, 예문 ①~④의 ‘부떠가다’와는 동음(同音) 관계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