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데움다

‘데움다’는 ‘주어진 일에 열성을 다하지 아니하고 소홀하며 게으르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태만하다’에 대응한다.

①아무 일이나 셍각 엇이믄 데움게 뒈는 거.(아무 일이나 생각 없으면 태만하게 되는 거.)

②칠올랑 초담은 아무 일 아니주 멍 데움당 온몸으로 퍼진 다음은 막 고셍여.(옻올라서 처음은 아무 일 아니지 하며 태만하다가 온몸으로 퍼진 다음은 아주 고생해.)

③부지런  사름은 막불장 메곡 데움 사름은  두어 번 당 내불어.(부지런한 사람은 만도리까지 하고 태만한 사람은 한 두어 번 하다가 내버려.)

④검질 나나 이시믄 “에에 이 사름덜 졸바로 아녓구나.” 허멍 데움 걸로 알아불어.(잡초 하나나 있으면 “에에 이 사람들 똑바로 아니했구나.” 하며 태만한 걸로 알아버려.)

예문 ①은 ‘데움다’의 뜻을 짐작할 수 있는 말로, ‘아무 일이나 생각 없으면 태만하게 되는 거.’라는 뜻이다. 여기서 ‘생각’은 하고자 하는 ‘의지’나 ‘열성’ 정도로 읽힌다. 생각이 있으면 태만하지 아니하여 무엇이든 하게 되고, 아무런 생각이 없으면 태만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의지]이 중요함을 알게 해 준다.

예문 ②는 옻오른 것에 대한 이야기로, ‘옻올라서 처음은 아무 일 아니지 하며 태만하다가 온몸으로 퍼진 다음은 아주 고생해.’ 하는 말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연상하게 하는 말이다. 여기서 ‘칠오르다’는 ‘옻나무의 독기가 살갗에 퍼지다.’는 뜻으로, 표준어 ‘옻오르다’에 해당한다. ‘칠’이 표준어 ‘옻’에 대응함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옻나무’가 ‘칠낭’이 되고, ‘거먕옻나무’는 ‘개칠낭’이 되는 것이다. ‘초담’은 표준어 ‘처음’에 대응한다.

예문 ③과 ④는 ‘김매기’와 관련한 이야기이다.

예문 ③은 ‘부지런한 사람은 만도리까지 하고 태만한 사람은 한 두어 번 하다가 내버려.’ 하는 뜻이다. 여기서 ‘막불’은 ‘막불검질’로, ‘밭을 마지막으로 매는 일’을 말한다. ‘막불검질’은 대개 처서(處暑) 지나서 하는 김매기이다. ‘검질메기(김매기)’는 ‘초불검질(애벌매기)-두불검질(두벌매기)-싀불검질(세벌매기)-막물검질(만도리)’ 순으로 한다. 그러니까 예문 ③은 부지런한 사람은 ‘막불검질’까지 매지만, 태만한 사람은 ‘초불검질’ 또는 ‘두불검질’만 매고 그만둔다는 것이다. 물론 ‘데움’ 결과는 ‘검질 짓는(김 깃는)’ 것이고, 그래서 예문 ④를 말하게 되는 것이다. 곧 ‘잡초 하나나 있으면 “에에 이 사람들 똑바로 아니했구나.” 하며 태만한 걸로 알아버려.’ 한다는 것이다. 부끄럽고 무안하게 하는 핀잔이다. 여기서 ‘검질’은 표준어 ‘김’에 대응하나 ‘잡초’의 뜻으로 쓰인 경우이고, ‘졸바로’는 표준어 ‘똑바로’에 대응하는 제주어다.

태만은 예문 ①처럼 아무 생각 없는 상태에서 비롯되는 것이매 ‘데움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생각하며 깨어 있어야 한다. 생각이 우리를 행동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