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반지룽다

‘반지룽다’는 ‘기름기나 물기가 묻어서 어느 정도 매끄럽고 윤기가 있어 반드랍다.’는 뜻과 ‘얼굴이나 겉모습이 매우 반반하고 아름답다.’는 뜻을 지닌다. 전자는 표준어 ‘반지레하다’ 또는 ‘반지르르하다’에, 후자는 표준어 ‘반주그레하다’에 대응한다. 예문 ①과 ②의 ‘반지룽다’는 표준어 ‘반지레하다’ 또는 '반지르르하다', 예문 ③과 ④의 ‘반지룽다’는 표준어 ‘반주그레하다’로 쓰인 경우다.

①널마리 초 멕이멍 반지룽게 다까봐, 얼굴 봐질 정도가 뒈어.(널마루 초 먹이며 반지르르하게 닦아봐. 얼굴 보일 정도가 되어.)

②아이덜 믜사게 테 눌엉 빈직빈직 게 반지룽주.(아이들 소매야 때 눌어서 번쩍번쩍한 게 반지르르하지.)

③간 보난 반지룽게 헨 살암선게.(가서 보니까 반주그레하게 해서 살고 있던데.)

④요번 려온 거 보난 얼굴광 반지룽헤서라. 베도 무룩게 나오고.(요번 내려온 거 보니 얼굴도 반주그레했더라. 배도 불룩하게 나오고.)

예문 ①과 ②는 ‘반지레하다, 반지르르하다’의 뜻으로 쓰인 경우다.

예문 ①은 어째서 마루가 고운가?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널마루 초 먹이며 반지르르하게 닦아봐. 얼굴 보일 정도가 되어.’ 하는 뜻이다. 초등학교 때 초를 먹이며 교실과 복도 청소를 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얼굴 보일 정도’라니 정말 거울처럼 윤이 나는 마루다.

예문 ②도 조무래기 때를 생각하게 한다. 손수건이 없던 시절, 코를 많이 흘리던 때이기 때문에 소매가 손수건 대용이다. 닦고 또 닦았으니 ‘떼가 닷 질’이다. ‘때[垢]가 닷 길’이나 눌었다는 것이다. ‘빈직빈직’ 빛나는 것은 절로 따라오는 자연적 현상이다. 여기서 ‘믜’는 표준어 ‘소매’로, 문헌 어휘 ‘’에서 온 것이니 아래아 ‘믜’로 쓴 것이다.

예문 ③과 ④는 ‘반주그레하다’의 뜻으로 쓰인 경우다.

예문 ③은 어떻게 살고 있더냐?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가서 보니까 반주그레하게 해서 살고 있던데.’ 하는 뜻이다. 겉모습만 보아도 매우 반반하고 아름답게 해서 살고 있더라는 말이다. 가재도구의 배치, 청소가 잘된 집안 등 모든 게 반반하다. 그래서 ‘반주룽게 헨’ 살고 있더라는 것이다.

예문 ④도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 들을 수 있는 말로, ‘요번 내려온 거 보니 얼굴도 반주그레했더라. 배도 불룩하게 나오고.’ 하는 뜻이다. 얼굴이 반반하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이고, 배도 불룩하게 나와서 잘살고 있다고 짐작하는 것이다. 여기서 ‘-광’은 어떤 것 위에 더함을 뜻하는 보조사로, 표준어 ‘-도’에 해당한다. “지레광 훌짝게 막 컨 보기 좋아라.(키도 훌쭉하게 아주 커서 보기 좋더라.)”의 ‘지레광’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무룩다’는 ‘살이 찌거나 부어 불룩하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다.

이 ‘반지룽다’는 달리 ‘반주룽다, 반쭈룽다, 반찌롱다’ 등이 쓰이기도 한다.

‘반지룽다’가 ‘반지레하다⋅반지르르하다(기름기나 물기가 묻어서 어느 정도 매끄럽고 윤기가 있어 반드랍다.)’ 또는 ‘반주그레하다(얼굴이나 겉모습이 매우 반반하고 아름답다.)’로 대역되는 것은 문장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문맥에 맞게 대응 표준어를 찾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