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 푸지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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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5-03-23 조회수 : 7295 | |
406. 푸지게
‘푸지게’는 ‘돌 따위를 운반하기 위하여 짚이나 띠로 등받이를 만들고 밀삐만 단 간이 지게’를 말하는데, 이에 대응하는 표준어는 없는 듯하다. ‘푸지게’는 ‘풀[草(초)]+지게’ 구성으로 ‘지게’의 ‘ㅈ’ 앞에서 ‘풀’의 끝소리 ‘ㄹ’이 탈락하여 이루어진 어휘다. ‘새 사냥꾼이 제 몸을 감추기 위하여 사용하는, 풀이나 나무 따위를 엮은 기구’를 뜻하는 ‘푸지개’와는 다른 것이다.
①푸지게 산디찍으로 만들앙은에 돌 지엉 나를는 거. 경 헨에 성담을 싸니까 습격은 안 들어.(‘푸지게’ 밭볏짚으로 만들어서 돌 지어서 나르는 거. 그렇게 해서 성돌을 쌓으니까 습격은 안 들어.) ②푸지게 그걸로 그 성담을 다 다운 거 보믄 사름이 무서운 거라, ᄎᆞᆷ말로.(‘푸지게’ 그걸로 그 성돌을 다 ‘다운’ 거 보면 사람이 무서운 거야, 참말로.) ③영장밧디선 푸지게로 돌을 지엉 날라.(장지에서는 ‘푸지게’로 돌을 지어서 날라.)
예문 ①은 ‘푸지게’에 대한 설명으로, ‘‘푸지게’ 밭볏짚으로 만들어서 돌 지어서 나르는 거. 그렇게 해서 성돌을 쌓으니까 습격은 안 들어.’ 하는 뜻이다. 곧 제주4⋅3사건 때 ‘푸지게’로 돌을 날라서 성을 쌓으니 습격을 당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여기서 ‘산디찍’은 표준어 ‘밭볏짚’에 해당하는 어휘로, 달리 ‘산뒤찍, 산뒤찝, 산디찝, 산디칩’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성담’은 성을 쌓는 데 쓰는 돌로, 표준어 ‘성돌’에 대응한다. ‘싸다’는 ‘쌓다’에 해당하는 어휘다. 예문 ②는 ‘푸지게’의 용도에 대한 이야기로, ‘‘푸지게’로 그걸로 그 성돌을 다 ‘다운’ 거 보면 사람이 무서운 거야, 참말로.’ 하는 뜻이다. ‘푸지게’를 이용하여 성을 쌓은 걸 보면 사람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의미다. 여기서 ‘답다’는 ‘돌을 겹겹이 포개어 쌓아 올리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이에 마뜩하게 대응하는 표준어는 없는 듯하다. ‘담쌓다’를 ‘담답다’ 또는 ‘담닿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답다’는 ‘쌓다’에 대응하는 어휘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문 ③은 ‘산담’을 두를 때의 이야기로, ‘장지에서는 ‘푸지게’로 돌을 지어서 날라.’ 하는 뜻이다. ‘산담(무덤 주위를 타원형이나 장방형으로 에워서 두른 담)’을 두르기 위해서 ‘푸지게’로 돌을 지어 운반했다는 의미다. 여거서 ‘영장밧’은 장사하여 시신을 묻는 곳으로, 표준어 ‘장지(葬地)’에 해당한다. 이 ‘영장밧’은 달리 ‘장밧’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또 이 ‘푸지게’는 지역에 따라 ‘끙게’ 곧 ‘씨를 뿌리고 나서 그 위에 흙을 덮는 데 쓰는 농기구’를 뜻하기도 한다.
④우린 보리 갈앙 푸지게로 끗어.(우리는 보리 갈아서 끙게로 끌어.)
예문 ④의 ‘푸지게’가 바로 ‘끙게’의 뜻으로 쓰인 경우다. 보리를 갈고 난 다음에 ‘푸지게’라는 농기구 곧 끙게를 이용하여 보리씨가 땅속에 잘 묻히도록 끌어 준다는 것이다. ‘끙게’의 방언형은 ‘그슬귀, 끄서귀, 끄설퀴, 끄설피, 끄슬귀, 끄슬퀴, 끄슬피, 끄슴솔기, 섬비, 섬피, 솔기, 솔피’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