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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눌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4-12-08   조회수 : 7487

391. 눌

 

‘눌’은 ‘곡식이나 짚, 꼴 따위의 단을 차곡차곡 쌓아서 둥그렇게 지은 더미’를 말하는데 표준어 ‘가리’에 해당한다. 이 ‘눌’은 옛말 ‘누리’(≪훈몽자회≫ 하:3)에서 온 어휘로, ‘누리’가 ‘누리>눌’으로 변한 것이다. 물론 ‘곡식이나 짚, 꼴 따위의 단을 차곡차곡 쌓아서 둥그렇게 더미를 짓다.’는 ‘눌다’가 되며, 이에 대응하는 표준어는 ‘가리다’이다. 이 ‘눌다’ 또한 옛말 ‘누리다’(≪훈몽자회≫ 하:3)에서 온 것이다.

 

①쉐 큰 건 ᄒᆞᆫ 눌 먹어. ᄒᆞᆫ 눌이 서른 바리 이상은 들어사 허난.(소 큰 건 한 가리 먹어. 한 가리가 서른 바리 이상은 들어야 하니까.)

②무사 눌이 커도 주젱이가 으뜸이렌 허지 아녀게.(왜 가리가 커도 주저리가 으뜸이라고 하지 않아.)

③비 왐직허민 눌 눌곡 데미곡 탁 바빠.(비 왐직하면 가리 가리고 더미고 몹시 바빠.)

④눌은 보릿눌, 조눌, 콩눌 뭐 곡석에 메주 뭐.(가리는 보릿가리, ‘조눌’, ‘콩눌’ 뭐 곡식에 매지 뭐.)

 

예문 ①은 소[牛(우)]의 식량을 이야기한 것으로 ‘소 큰 건 한 가리 먹어. 한 가리가 서른 바리 이상은 들어야 하니까.’ 하는 뜻이다. 소 한 마리가 겨울을 나려고 하면 꼴 서른 바리 이상을 먹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쉐’는 표준어 ‘소’에 해당하며, ‘바리’는 ‘길마를 꾸리 마소의 등에 실은 짐을 세는 단위’를 말한다. 싣는 물건에 따라 차이가 난다. 보리는 12~30뭇, 이삭 달린 조는 6~8뭇, 콩은 6~14뭇 등이다. 꼴은 30~40뭇인데 제주도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에 차이가 있다. 이는 꼴을 베는 도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곧 벌낫(‘장낫’, ‘낫’이라고 한다.)을 쓰는 동쪽 지역에서는 뭇 크기가 커서 적게 싣고, 낫(‘호미’라고 한다)을 쓰는 서쪽 지역은 뭇이 작아서 많이 실을 수 있다.

예문 ②는 아무 일이나 갈무리가 중요함을 속담을 인용하여 이야기한 것으로, ‘왜 가리가 커도 주저리가 으뜸이라고 하지 않아.’ 하는 뜻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과 견줄 수 있다. 여기서 ‘무사’는 표준어 ‘왜’에 해당하며, ‘주젱이’는 ‘띠나 짚의 끝을 엮어서 이엉(’ᄂᆞ람지‘) 따위를 두른 가리 위에 비나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덧덮어 씌우는 물건’을 말하는데, 표준어 ‘주저리’에 해당한다. 이 ‘주젱이’는 달리 ‘주제, 주제기, 주젱기, 주지’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아녀다’는 표준어 ‘아니하다’ 또는 ‘않다’에 대응한다.

예문 ③은 농사철에 비 올 때의 상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비 왐직하면 가리 가리고 더미고 몹시 바빠.’ 하는 뜻이다. 여기서 ‘왐직허다’는 ‘오[來(래)]-’ 어간에 ‘-(아)ㅁ직허다’라는 접미사가 연결된 형태다. 접미사 ‘-(아)ㅁ직허다’는 ‘~할 듯하다’ 또는 ‘~할 것 같다’는 뜻을 지닌다. 곧 ‘비왐직허다’는 ‘비 올 듯하다’ 또는 ‘비 올 것 같다’는 뜻이 된다. 이 접미사는 많은 말을 만들어 내는데 “(날) 좋암직허다[好(호)]”, “(일 ᄈᆞᆯ리) 끝남직허다[終(종)]”, “(이 옷) 족암직허다[小(소)]”, “(이건 막) ᄃᆞᆯ암직허다[甘(감)]” 등등을 들 수 있다. ‘데미다’는 ‘겹쳐 올리어 더미를 짓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더미다’에 해당한다. ‘더미다’는 ≪조선어대사전≫의 표제어로 올라 있다. ‘탁’은 ‘무척’이나 ‘몹시’의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예문 ④는 ‘눌’에 대한 이야기로, ‘가리는 보릿가리, ‘조눌’, ‘콩눌’ 뭐 곡식에 매지 뭐.’ 하는 말이다. 곧 가리는 곡식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의미다. 여기서 ‘보릿눌’은 표준어 ‘보릿가리’, ‘조눌’은 ‘조 또는 조짚을 쌓아 만든 가리’, ‘콩눌’은 ‘낟알이 붙은 콩 뭇을 쌓아 만든 가리’를 말한다. ‘곡석’은 ‘곡식’, ‘메다’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사물의 값이나 등수 따위를 평가하여 정하다.’는 뜻으로 표준어 ‘매다’에 해당한다. 방언형을 ‘메다’라고 표기한 것은 이 어휘가 옛말 ‘ᄆᆡ다’(≪석보상절≫ 9:8)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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